막강이인조술액동기도(莫强二人曹述厄童奇圖)를 아시나요?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이건 어떤가요. 괴물골름선생상(怪物滑凜先生像), 노날두맥날두선생상(老捏斗貊捏斗先生像), 영웅배투만선생상(英雄排套先生像), 미래경찰노보갑선생상(未來警察勞保甲先生像).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슈렉과 동키, 골룸, 로날드 맥도날드, 배트맨, 그리고 로보캅을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헐리우드 영화나 애니메이션, 유명 브랜드의 캐릭터지만, 이런 식으로 표현하니 조금 낯설지만 재미있지 않은가요?

사실 이 한자말들은 모두 한 동양화가의 작품명(정확하게는 그림 옆에 제목이나 내용을 적는 제발(題跋))에서 따온 겁니다. 동양화로 팝아트를 그려내는 손동현 화가의 작품들이 바로 그것인데요. 손동현 화가는 2005년에 데뷔한 이래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화풍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누런 장지에 동양화 물감으로 헐리우드의 영웅 캐릭터들이나 대중문화 스타들을 그려내는 손동현 화가의 작품은 한마디로 ‘전통 한국화와 팝아트의 만남’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겁니다. 화가 스스로 ‘김홍도가 현대에 온다면 무엇을 그렸을까’라는 화두로 작품을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의 작품은 단순한 ‘만남’ 수준에 그치지 않습니다. 손동현 화가는 “언어는 기표(signifiant, 기호의 겉모습)와 기의(signifié, 기호 안에 담긴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다. 하지만 둘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곤 한다는 것, 그리고 오해와 오역이 따르게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언급한바 있는데요.

현대사회에서 숭배되고 있는 TV스타들을 고관대작들의 초상화의 형식으로 그려내고, 소비사회를 상징하는 각종 브랜드 로고를 문자도의 형식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확실히 언어로는 전달할 수 없는 형식과 의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2008년작 「KING」입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초상화를 영정 형식으로 24점이나 그려낸 작품인데요. “대중의 사랑을 좇아 변화해간 그의 모습으로 대중의 뒤틀린 욕망을 비추고 싶었다”는 손동현 작가의 말처럼, 잭슨 파이브(Jackson Five) 시절의 소년 마이클 잭슨에서부터 오욕의 시기에 접어든 팝의 황제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상황에 어울리는 동양화 기법을 사용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클 잭슨 스스로가 팝의 황제임 선언하기 전인 1989년 이전에는 조선 사대부의 초상화처럼 호피를 깐 나무 의자에 앉아 화문석 족좌대에 발을 얹고 있는 반면, 그 이후에는 왕의 초상에서나 볼 수 있는 황금색 용머리가 장식된 붉은 의자에 앉아있는 식이지요. 적절하지 않나요?

이처럼 손동현 화가의 작품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충분히 표현해내지 못했던 어떤 새로운 의미와 새로운 세계를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가 한국전통회화의 매력을 다시 보게 된 것은 물론이고요. 이런 의미에서 손동현 화가의 작품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동서양의 콜라보레이션(x) 혹은 전통과 현대의 콜라보레이션(x)을 통해 탄생한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손동현 화가의 작품들처럼, 혁신의 가능성은 외국이나 미래로부터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 그리고 과거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