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TURN, STOP, PROTECT.” 국내의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최근 광고에 등장하는 단어들입니다. 달리고, 돌고, 멈추고, 보호하는 것. 자동차의 ‘기본’은 그 네 가지에 있다는 말이지요.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말이기도 합니다. 최근의 자동차 광고는 대체로 새로운 기능과 혁신적 디자인을 강조해왔는데요.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얼마나 스마트한지, 오디오가 얼마나 좋은지, 뒷좌석 시트까지 열선이 깔려있는지, 특별한 컬러 도색이 가능한지 등이 언제부턴가 좋은 차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기본’이 아니었기 때문일까요? 이런 새로운 기능과 혁신적 디자인은 종종 ‘옵션’으로 분류됩니다. 광고에서 선전한 ‘풀 옵션’ 자동차를 사려면 기본 가격에 적게는 수 십 만원에서 많게는 수 백 만원의 돈을 더 내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가격도 그만큼 비싸질 수밖에 없지요.

자동차에서 ‘옵션’을 빼(-)보면 어떨까요? 자동차의 기본인 “달리고, 돌고, 멈추고, 보호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수는 없을까요? 바로 이러한 고민 끝에 탄생한 자동차가 있습니다. 인도 타타 산스(Tata Sons) 그룹의 나노(Nano)가 그것입니다.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타타 산스 그룹은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가진 인도의 초 거대기업입니다. 타타 산스 그룹의 회장인 라탄 타타(Ratan Tata)는 매년 <포브스(Forbes)>가 선정하는 세계부자순위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대 부호입니다.

타타 자동차는 라탄 타타가 1995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1998년 아리아 SUV와 순수 전기차 인디카를 생산하며 조금씩 성장을 거듭하다 2008년에는 포드(Ford)로부터 재규어-랜드로버(JLR)을 사들이게 됩니다.

흥미로운 건 고가의 스포츠카와 SUV로 상징되는 회사를 사들인 타타 자동차가 전혀 새로운 방향의 혁신을 표방했다는 점입니다. 2008년 1월, 타타 자동차는 인도 뉴델리의 오토 엑스포에서 혁신의 결과물을 선보이게 되는데요. 바로 초저가, 초소형 자동차 나노입니다.

엑스포 당시 라탄 타타가 직접 나와 설명한 나노의 개발 계기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인도국민은 낮은 소득수준 때문에 오토바이를 주 이동수단으로 사용합니다. 한 가족이 스쿠터 한 대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위태위태 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도사람들은 자동차를 마련할 형편이 안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스쿠터 가격 수준의 초저가 자동차를 만들 수는 없을까요?”

이러한 고민에서 탄생한 나노는 한화로 250만원선의 낮은 가격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에어컨과 에어백, 파위스티어링휠, ABS, 라디오 등 ‘옵션’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이 배제되었습니다. 심지어 와이퍼도 하나만 달려있었습니다. 외관과 부품에 플라스틱을 최대한 활용하고 볼트 대신 접착제를 사용해 무게를 줄여 결과적으로 연비도 높아졌지요.

시장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4년 동안 총 22만 여대가 팔리면서 나노는 ‘인도의 국민차’로 불리게 됩니다. 3년의 개발 끝에 내 놓은 제품이었지만 처음부터 반응이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가볍고 약한 재질로 만들어져 품질과 안전성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영국 MIRA(Motor Industry Research Association) 테스트센터에서 실시된 충돌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유렵, 베트남 등 세계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에서 옵션을 빼면서(-) 시작된 타타 나노의 혁신은 이제 새로운 혁신으로 옮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저렴하기만 한 경차가 아니라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경차, 진기로만 약 90km를 이동할 수 있는 경차, 픽셀(Pixel)과 메가픽셀(Megapixel)이 바로 그것입니다. 타타의 자동차 혁신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