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개의 의자가 있습니다. 겉모습은 거의 동일합니다. 가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하나는 이미 완성된 제품인데 반해, 다른 하나는 DIY(Do It Yourself), 다시 말해 직접 조립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둘 중 하나만 사야 한다면 어떤 걸 선택하시겠습니까?
비슷한 디자인에 가격 차이도 별로 없다면 당연히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게 더 합리적인 거 아닐까요? 설령 완제품 쪽이 조금 더 비싸다 해도, 조립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될 일입니다. 가구 조립이라는 게 쉬워 보이지만, 설명서를 이리저리 들여다보면서 나사를 조였다 풀었다 한참을 씨름해야 하는 일인데다, 초보자라면 몇 시간, 아니 몇 일이 걸려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가정용 드라이버로 힘들여 조여가며 만들어봐야 공장에서 조립한 완제품만큼 튼튼할 리도 없고요.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에게 “어떤 걸 구매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봤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완제품보다 자신이 직접 조립한 의자를 더 선호한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조금 어설프고 어딘가 부족해도 자기 노력이 들어간 물건에 더 애착을 느끼기 때문이라는데요. 학계에서는 사람들의 이런 비합리적인 경향(혹은 인지부조화)를 노력을 해서 얻은 결과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인간의 ‘노력 정당화’(effort justification) 성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가구기업 이케아(IKEA)는 사람들의 이런 성향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경영학자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 마이클 노튼(Michel Norton), 대니얼 모촌(Daniel Mochon)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이 들어간 물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노력 정당화’ 현상 혹은 똑같은 물건인데도 자기 물건은 더 특별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 현상에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케아가 처음부터 ‘이케아 효과’를 의도했던 건 아닙니다. 초창기 이케아의 초점은 제조, 유통, 보관 등 생산 전반에 걸쳐 비용을 절감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매자가 직접 가구를 조립하게 하는 DIY방식을 채택하게 된 것이고요. 저렴한 가격, 심플한 디자인, 적정한 품질의 DIY 가구를 앞세운 이케아는 차근차근 스웨덴 가구 시장을 공략해나갔습니다.
혁신의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스스로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였지요. 단순히 저렴하고 쓸만한 가구라는 점만으로는 이케아의 놀라운 성공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소비자들이 DIY 가구를 불편하게 여길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이케아가 세계 가구 시장의 ‘공룡’으로 군림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이해할 수 없는 일 혹은 충격적인 일일 겁니다.
“이케아가 이토록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저렴한 가격, 심플한 디자인, 적정한 품질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소비자들이 DIY 가구의 불편함을 감수하게 할만한 어떤 비밀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 학자들이 주목한 것이 바로 ‘이케아 효과’였습니다.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DIY 가구를 만든 것이었는데, 소비자들이 이것을 불편하게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이것을 즐거워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입니다. 이케아의 성장과 함께 DIY 가구가 널리 보급되자, 이제는 디자인이 특별하거나 비용이 아주 저렴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DIY 가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요약하면, 이케아 효과는 가구에서 제조, 유통, 보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혁신이 의도하지 않게 만들어낸 또 하나의 혁신인 셈입니다. 혁신의 가능성은 이처럼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어떤 것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