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과 열정’이라는 수시어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나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의 이파네마(Ipanema) 해변, 남국의 태양과 반짝이는 모래사장, 맨발로 공을 차는 축구소년들, 해변을 가득 메운 훈남훈녀... 브라질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많지만 그 가운데 절대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을 꼽는다면 삼바 카니발(Samba Carnival)일 것입니다.

화려한 의상과 춤으로 유명한 삼바 카니발은 정열과 열정의 브라질을 대표하는 문화로 여겨지지만, 사실 삼바라는 음악에는 비극적인 역사가 숨어있습니다. 브라질이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시절,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수많은 사람들이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의 고된 노동과 배고픔을 견딜 수 있게 해준 버팀목이 고향 땅의 음악과 춤, 바로 삼바였던 것이지요.

‘흑인여성’을 뜻하는 잠바(Zamba)라는 말에서 유래한 삼바는 아프리카의 문화에 토착 원주민인 브라질 인디오의 문화, 그리고 식민제국 포르투갈의 문화가 서로 곱해지면서(x) 다양한 변형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빈민촌 혹은 하층민의 문화로 여겨졌고, 브라질 대중에게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1940년대 말, 삼바 리듬의 템포를 완화시키고 노래하기 쉬운 멜로디를 더한 삼바 캉성(Samba Cancao)이 탄생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새로운 가능성의 열매가 무르익어 그것을 수확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195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였습니다. 당시 무명의 신인 뮤지션이었던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Antonio Carlos Jobim)과 주엉 지우베르투(Joao Gilberto)는 삼바를 바탕으로 새로운 감각의 리듬과 멜로디를 만들어냈는데요. 그것이 바로 보사노바(Bossa Nova), 즉 ‘새로운 경향’의 음악입니다.

5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쿨 재즈(Cool Jazz), 특히 웨스트 코스트 재즈(West Coast Jazz)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보사노바는 독특한 악센트의 싱커페이션과 아름다운 멜로디로 대표됩니다. 이 새로운 경향이 중산층과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보사노바의 또 다른 특징, 즉 시(詩)적인 가사도 한 몫 했습니다.

보사노바는 문화적 곱하기(x)의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거의 등장과 동시에 브라질에서 대중음악의 중심에 자리 잡았고, 미국 재즈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지만 오히려 스탄 게츠(Stan Getz)를 비롯한 미국 재즈 뮤지션들의 주목을 끌어 ‘보사노바 재즈’라는 이름으로 역수입되기도 했습니다. 조빙, 지우베르투를 비롯한 브라질 뮤지션들이 미국으로 진출했고 곧이어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었음은 물론이고요.

보사노바가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단순한 삼바의 변형 혹은 재즈의 변형이 아니라 최신 유행의 재즈에 삼바의 리듬감, 포르투갈의 시문학, 브라질의 ‘사우다지(Saudade)’ 정서가 함께 녹아 들어간 ‘새로운 경향’이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음악 칼럼리스트 황윤기는 보사노바야 말로 새로운 음악을 받아들이고, 브라질만의 개성을 담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브라질 음악인들 특유의 창조적인 수용력이 가장 잘 발휘된 음악”이라고 평합니다.

곱하기(x)의 문화, 브라질 특유의 “창조적인 수용력”의 결과물인 보사노바는 정열과 열정의 이파네마 해변에 우하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해 주고 있습니다. 조빙은 명곡 <이파네마의 소녀 (Garota de Ipanema)>에서 이렇게 읊조립니다.

“이파네마의 태양에 그을린 황금빛 피부의 소녀. 그 유혹은 한 편의 시보다 더하고 내가 보았던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네. 아, 나는 왜 홀로 있을까? 아, 왜 모든 것이 이다지도 슬픈 것일까? 아, 존재하는 저 아름다움. 나만의 아름다움이 아니지만 그녀 역시 홀로 지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