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송판다 칼럼> “우리 모두가 치킨은 사랑하지 않느냐”에서는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치킨을 향한 열망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 열망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양의 치킨만 제공하는 잔악행위가 사회 곳곳(특히 군대)에 만연해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던 중, 최근 모교 후배들이 피닉스라는 치킨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 치킨이 먹고 싶어서간절히 기도하던 참이었는데,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고무적인 일이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 고무적인 일이 아니다. 계신교 성인 호머 심슨(Homer Jay Simpson)이라면 “언제나 치킨과 내가 1:1로 만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을 것이다. 우리는 치킨을 나눠먹지 않는다. 언제나 ‘치킨 앞에 단독자’이기를 희망한다. 치킨은 모름지기 자취방에서 혼자 다리부터 목까지 온전히 한 마리를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쿠폰을 10장 모아야 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치킨 동아리 어떠한가? 그들은 언제든 치킨을 빙자한 사사운 모임이 될 수 있다. 청춘남녀가 함께 치킨을 먹다보면, 치킨 말고 다른데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아아, 외간남녀가 치킨을 탐하는 이 시대에, 계신교의 루터, 계신교의 칼벵은 어디 있는가? 오유에 있나?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오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최근 <사회가학연구소(오타아님)>는 역시나 ‘전혀’ 과학적인방식으로, 킬러코드 필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7명 조사, 신뢰도 95%, 표본오차 2%일 리가 없지)를 시행한 바 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프랜차이즈 치킨을 선택하는 당신의 취향은?” “당신의 취향에 따라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 BEST 3를꼽는다면?” 따위의 중요한 질문을 던졌는데, 그 결과가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먼저, “프랜차이즈 치킨을 선택하는 당신의 취향은?”이라는 질문에 대해 ‘치킨 속 양념’, ‘메뉴의 다양성’, ‘바삭한 정도’, ‘다리를 몇 개 주는가’, ‘후라이드를 시켜도 양념을 주는가’, ‘입맛에 맞는가, 너무 느끼하진 않는가’ 따위의 답변이 있었다. 덧붙여 소수의견으로 ‘달력이나 다이어리를 주는가’도 있었는데, 달력이나 다이어리를 먹는 특이한 경우인 듯하다. 누구냐이건.

26이번 설문조사의 백미는 두 번째 질문, “당신의 취향에 따라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 BEST 3를 꼽는다면?”에 대한 답변에있다. 분명 3개를 꼽으라고 했는데 한 개나 두 개를 쓴 경우도 있지만, 이는 킬러코드 멤버들의 평균적인 정신상태(주의력결핍장애)가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사료되니 너그럽게 넘어가자.

아무튼 답변을 모두 나열해 보면, ‘KFC, 또래오래, BBQ, 처갓집 양념통닭, 페리카나, 멕시칸치킨, 컬투치킨, 꼬꼬순이, 멕시칸치킨, 사쿠사쿠, 닭권브이, 처갓집, 호식이두마리, 프라잉팬, 교촌치킨, 치킨매니아, 보드람치킨, 교촌치킨’이었다. 멕시칸 치킨과 교촌치킨이 각 2표인 것을 제외하면 가히 치킨전국시대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선호하는 프랜차이즈 치킨브랜드가 다양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치킨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KFC가 한 표밖에 없었으며, 게다가 파파이스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39년 7월의 어느 날, 켄터키 주 코빈의 한 주유소 식당에서 일하던 65세의 커넬 하랜드 샌더스(Colonel Harland Sanders)께서 11종의 비밀양념과 밀가루를 닭다리에 입혀 바삭하게 튀겨내셨던 그역사적이고 은혜로운 사건을 잊었단 말인가?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쳤던 순간이나 갈릴레오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를 외쳤던 순간에 비견할 만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는데!

해방을 가져다 준 맥아더 동상보다 치킨을 가져다 준 커넬 동상이 더 많은 이 나라에서, KFC와 파파이스가 우리들의 치킨목록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적어도 한반도에서 ‘치킨=미국음식=KFC/파파이스’라는 등식은 무너졌다. “그게언제적 이야기냐?”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포인트는 그것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때 KFC의 아성에 도전했던 파파이스는 2012년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이 –10억 4747만원 수준까지 떨어져서, 현재 지점이 전국에 100여개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2013년 1월 중순에는 KFC의 한국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는 SRS코리아(두산 계열사)에 대한 매각 입찰이 단행되었다. 2월 중순 쯤 커피체인업체 할리스와 아시아계 투자펀드 한 곳이 개별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까지만 들었는데, KFC의 점포당 수익이 낮은 반면, 미국 본사 염 브랜즈(Yum! Brands)가과도한 프랜차이즈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안건이라고 했다.

우리 어릴 적, 80년대 KFC와 파파이스의 위상을 생각하면, 이건 분명 엄청난 변화다. 1977년 탄생한 한국 최초의 프랜차이즈 치킨, 림스치킨의 몰락도 같은 맥락에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제 커넬 할아버지는 치킨 슬레이어(Chicken Slayer)의 자리에서 밀려났고, 바야흐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왕좌의 게임이 본격화되었다. 국내 최고의 닭고기 권위지 <월간 닭고기>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어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음 시간에 이 문제에 대해 ‘전혀’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