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갑자기 인터넷이 안 된다. ‘식별되지 않은 네트워크’란다. 잘 되다가도 가끔 이러더니 부쩍 이런다. 아니, 가끔 잘 된다고말해야할까. 어쨌거나 기계니까. 잘 따지고 들어가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결과,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잘 따져 봐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2. 이름 모를 인터넷 유저들의 친절한 설명을 다 따라 해봤는데도 안 된다. 며칠인가 씨름하다 ‘네트워크를 식별할 수 있을때’만 인터넷을 쓰기로, 컴퓨터와 합의 아닌 합의를 했다. 그가 언제 내게 인터넷을 허락할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래, 윈도우는 원래 이렇다.” 다음 주 월요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을 바라보는 내 심정도 크게 다르진 않겠지.

3. 살다보면 “그래, 원래 그렇다”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들이 많다. 죽고 사는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지만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원래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는 게 속 편하다. 그렇게 하지 않고 따지고 싸우고 머리를 쥐어뜯다보면, 미치고 팔짝뛸지도 모르니까.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쉽게 수긍할 수 있게 해주는) 전전두엽을 가진 건 ‘인류의 생존전략이자 행운’이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4. ‘타인의 취향’이라는 건 보통 ‘원래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가야하는 것이다. 타인의 취향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취향이구리다”거나 “저질이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그러면 안 된다고 배웠다. 타인의 취향은 내가 왈가왈부 할 것이 아니라, “나는 틀린 것과 다른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니, 당신의 다름을 존중하겠어요.”라고 말해야 한다고 배웠다. 남의취향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예의바른 사회인’이라는 고상한 껍데기에 흠을 내는 짓이기 때문이다.

5. 그래서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라는 인터넷 농담처럼, 취향을 강요하는 것은 안 되도 존중을 강요하는 것은 허용된다. 좋다, 그렇다 치자. 더 나은 취향과 더 나쁜 취향을 구분하는 기준 따위 없다고 말해도 좋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기준에 ‘별로인 취향’을 욕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신 내가 좋은 것과 싫은 것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 그것이 타인 혹은대중의 취향과 다른 것이라도 말이다. KILLER CODE는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다. 마니아처럼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고, 아주 조금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6. KILLER CODE는 “우리가 트렌드 세터”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힙’하고 ‘핫’하거나 ‘잇’한 것들과는 거리가 있는,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할 뿐이다. KILLER CODE는 신간보다 구간을 좋아하고, 최신영화보다 다시 볼 필요가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고등학교 반에서 0.7명쯤 있는 그런 친구들 말이다. 우연과 필연이 겹쳐 그런 친구들이모였다.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다 보니, 평일 낮에 만나면 수다가 커피 한두 잔으로 끝나지 않는다.

7. 무엇보다, KILLER CODE는 ‘뜨거운 것’을 싫어한다. 막 내려서 입천장을 다 데일 것 같은 아메리카노가 딱 맛있어지는, 그 시점의 미적지근함을 좋아한다. 다시 강조하건 데, 우리의 취향이 ‘더 좋다’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우리의 취향을 ‘더 좋아하라’고 강요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냥 우리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 고등학교 때 반에서 0.7명쯤 존재하던 그 사람들이 함께하길 바랄 뿐이다. “고객님, 딱 맛있는 온도의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취향 공동체’ KILLER CODE에오신 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