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교 2학년 때였나, 노교수님의 “외교론” 수업 첫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백발이 성성한 교수님이 한참 출석을확인하다가, 대뜸 질문을 날리신다. “음… 야… 누구냐… 어, 거기, 거기 너. 그래, 거기 머리 노란 놈.” “네?!” “자네, 외교가뭐냐?” “잘 모르겠는데요.” “잘 몰라? 잘 모르겠으면 아는 데까지만 이야기 해봐.”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뭐, 임마? 야, 외교가 뭔지도 모르면서 외교론을 들으러 왔어?” 그리고 잔소리 구간반복. 개강 첫 날부터 짜증이 빡! 나서, 가방에서M16 한 자루를 딱! 탄창을 탁! 들입다 우다다다다투다다닥! 갈기면서 이렇게 외쳤다. “그걸 모르니까 배우러왔지, 이 영감탱이야!” 아, 물론, 속으로만.

2. “KILLER CODE, 그게 뭔데?”란 제목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지금, 그 때와 비슷한 당혹감을 느낀다. 막상 글을 시작하고 보니 진짜 큰 문제를 깨달았다. 내가 학생의 입장이 아니라 노교수의 입장이라는 거다. 외교가 뭔지도 모르면서 외교론 수업에 들어가는 교수는 없겠지만, KILLER CODE가 뭐냐고 물으면 대답이 선 듯 떠오르지 않는 발행인은 있다. 헐.

3. 곰곰이 생각해보니 “KILLER CODE, 그게 뭔데?”라는 질문은 “외교가 뭐냐?”보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라는 질문에더 가깝다. 왜 대답하기 힘든 지, 이제 좀 알겠다. 그러니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꿔야겠다. “KILLER CODE, 당신들 뭐하는사람이야?” 우리는 누굴까? 흠. 이것도 쉽지 않은 질문이다. 일단 KILLER CODE 멤버들이 서로 너무 다르다. 홈페이지 사진만 봐도, 판다에 사람 둘, “저게 뭐야!” 싶은 수염이 둘, 거기에 “이건 또 뭐야?!” 하게 만드는 콘 헤드 하나 추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 외엔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들 중에 공통점을 찾으라니, 난이도가 멘사 시험 급이다.

4. 아, 큰 공통점이 있다. 카프카 [변신(Die Verwandlung)]의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 KILLER CODE 멤버는 모두 잠자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 아직 벌레로 변신한 건 아닌데, 가끔은 누군가로부터 벌레와 비슷한 취급을 받기도 하고, 어떨 땐 스스로가 벌레가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모아놓고 보니, 누가먼저 벌레가 되나 시합하는 것 같기 도 하고… 이렇게 말하니 좀 많이 이상한 거 같은데, 그런 건 아니다. 나이 서른 넘어서 “기술이라도 배워라”든가 “왜 그렇게 돈 안 되는 일만 하냐” 따위의 말을 들었거나/듣게 될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수습하기엔 이미 늦은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다.

5. 각자 소개는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맛없는 분식점 메뉴판처럼 제멋대로 붙어있으니, 생략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읽어도 이해가 잘 안되겠지만, 그 메뉴판을 대충이라도 훑어본 사람들이라면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들“일반적”이라든가 “보통”이라는 말과는 좀 거리가 있다. KILLER CODE는 분명 겉은 분식집인데 비빔밥, 푸아그라, 슈하스코, 거기에 아포가토를 파는가 하면, 치미창가나 똠양꿍까지 있는 그런 상태다. 게다가 김치찌개 맛이 나는 똠양꿍을 판다거나, 그러면서 정작 김치찌개는 안판다거나 하는 그런 가게인 셈이다. “그런 가게는 없어!”라든가 “그런 가게 있다고 해도, 당장 망할 거야!”라고 부정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지금 여러분의 눈앞에 있습니다. “고객님, KILLER CODE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6. 문제는 똠양꿍을 즐기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다, 막상 즐기는 사람이 똠양꿍과 아포가토를 같이 파는 집, 그것도 분식집에 그걸 먹으러 올 것이냐? 하는 것이다. 물론, 나라도 안 간다. “그럼 이렇게 홈페이지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이유가 뭐냐?” “가게 망하는 게 취미냐?” “왜 이런 헛짓을 하는 거냐?” “그냥 시간과 돈, 얼마 없는 재능까지 땅바닥에 버리고 싶은거냐?” 같은 다양한 의문이 이어지기 마련인데, 지금 상황에선 이런 의문을 가져주는 사람이라도 있을까 싶다. 아무튼, 이런 말도 안 되는 분식집이 가능한 단 한 가지 이유는 다들 평일 낮에 한가하다는 것이다. 메뉴별로 쉐프가 다른데, 다들 한가해서 가게에 나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제멋대로 메뉴이긴 하지만, 이 집 음식이 각각은 나쁘지 않다. 좀 더 쳐주면, “나름 괜찮네”라든가, 어쩌다 “맛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7. 글을 이만큼이나 썼는데 “KILLER CODE, 그게 뭔데?”에 대한 대답이 된 것 같진 않다. 사실 제대로 된 대답 근처에도 못가고 있다. 진정한 “유구냉무”다. 여러분, 그럼 “KILLER CODE, 그게 뭔데?” 2편에서 만나요. 벌써 새벽 한 시야. 피곤하니, 이정도 선에서 합의합시다.

+. 그나저나, 이걸 읽고 KILLER CODE가 정말 분식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