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의 팟캐스트(Podcast)는 기존 방송과 달리 아무 때나 원하는 방송을 다운받아 들을 수 있는 새로운 맞춤형 미디어 제공 시스템이다. BBC나 CNN 같은 뉴스 프로그램에서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정의’, ‘TED : Ideas worth spreading’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팟캐스트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고급의 정보, 색다른 방송을 원하는 곳,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지만 사실 지금까진 애플 생태계가 자리 잡은 영미권에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팟캐스트에 한국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기존 방송의 ‘다시 듣기’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러던 중 ‘나는 꼼수다’가 등장했다. 단숨에 팟캐스트 정치 분야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는 팟캐스트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정치 분야 세계 1위라는 건 한국에서 아직 팟캐스트라는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일이다. “아, 몰라! 내 맘대로 할 거야!”라며 제멋대로 진행되는 나꼼수가 입소문만으로 지금과 같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나꼼수는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을 표방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가카(각하)’의 꼼수를 폭로하는 풍자(sarcasm)로 구성되며, 종종 대통령 주변에서 대한민국 정치, 경제, 법조계로까지 확대된다. 오세훈 前서울시장의 경우처럼, 필요할 경우에는 특집편도 한다. 나꼼수에는 대중매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비판, 폭로, 심지어 욕설이 난무한다. 아무리 심각한 내용도 ‘꼼수’가 되고 비판의 대상은 ‘절친’이 된다. 언제나 이야기는 “가카께선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로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심각한 문제를 아저씨 술자리 뒷담화로 풀어내는 것이 나꼼수를 고리타분한 기존 시사 방송과 구별해주는 특징이다. 나꼼수 진행자 4명(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를 지역구로 하는 17대 국회의원 정봉주, 고품격 시사주간지 시사IN 누나 전문기자 주진우, 그리고 목사 아들 전직 교수 김용민)은 겉으로만 보면 사회 기득권에 해당된다. 이들이 나꼼수에서 비판하는 집단에 그들 스스로가 직/간접적으로 속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이 재벌, 언론, 정치, 종교계의 치부를 폭로하고 비판한다. 방송의 절반이 진행자의 웃음소리로 채워지는 나꼼수이지만 사실 그 모든 폭로와 비판은 자기비판과 성찰에 기대어 있다. 이러한 순수성이 나꼼수의 또 다른 매력이다.
폭로는 나의 힘 재미와 순수성, 이 두 가지가 지금의 나꼼수를 가능하게 한 것이지만, 이를 ‘가벼운 양비론’으로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비판과 폭로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지적이다. 나꼼수가 큰 웃음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웃음의 뒷맛은 무력감으로 씁쓸하다는 사람도 있다. 사실 현실세계의 권력과 결합하지 않으면 나꼼수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해결되기 힘들다. 그러나 나꼼수가 어떠한 형태의 대안을 제시하거나 실질적 권력과 결합하여 그것을 실현하려 하면, 지금의 재미와 순수성에 손상이 가게 된다. 결국 나꼼수는 힘없는 자들의 속을 달래주는 역할에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 나꼼수는 이미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촘스키는 기득권의 목표가 “모든 단계의 정책 결정에서 ‘참여자’가 아니라 ‘구경꾼’에 머물게 하는 것”이고, 방송 매체는 기득권의 이러한 가치를 선전하는 도구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나꼼수는 반대로 구경꾼을 참여자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온/오프라인에서 나꼼수에서 제기된 화두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이 벌어지고, 나꼼수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적어도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 간에는 단순히 투표 지상주의가 아닌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가 작동하고 있다. 무작정 투표 이전에 정치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말이다. 나꼼수를 찾아 듣고 서로에게 권해주는 많은 사람들, 자발적으로 음악을 만들어 보내는 사람들, 나꼼수 덕분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각자 자기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큰 변화다. 청자들은 나꼼수에서 꼼수를 배우는 게 아니라 보이는 것 이면(裏面)을 파악하게 된다. ‘내가 고민했거나 동의한 적 없는 모든 것에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나꼼수에서 소개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비판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촘스키에 따르면 이러한 비판의식은 기득권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촘스키는 베트남전의 사례를 들어 그 이전까지 마음대로 전쟁을 일으켰던 미국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생각보다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촘스키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비판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고 때문에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2011년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는 세계 70위에 불과하다. 2009년 69위로 추락한 이후 오히려 더 낮아졌다. 나꼼수는 이런 상황에서 팟캐스트라는 틈새의 작은 자유의 영역을 비집고 올라온 새싹이다. 이제 이 새싹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자유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꼼수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더 읽을 거리 + + + + +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가히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이 글에 조금이라도 호기심이 생겼다면 당장 팟캐스트에 접속하거나, 딴지 라디오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들어보기 바란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누구라도 한 번쯤은 들어봐야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 + + + 책.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드니 로베르, 베로니카 자라쇼비치 저. 강주헌 역) 인터뷰 형식이라서 쉽게 읽힌다. 촘스키의 다음과 같은 말에 매력을 느낀다면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사람에겐 자기만의 생각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도전의식을 키우면서 스스로 알아내려 한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내 목적을 어느 정도 성취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