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바버(Benjamin R. Barber)는 1995년, 그의 책 『지하드 대 맥월드』에서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에 맥월드(McWorld)라는 이름을 붙였다. 맥월드는 미국 대중문화를 중심으로한 문화적 획일주의가 만들어낸 오늘날의 세상을 가리키는 말로, 전 세계에 2만개가 넘는 점포를 가진 맥도널드(McDonald’s)와 세계(world)의 합성어이다.
맥도널드의 세계 미국에서 맥도널드 햄버거는 노동자들의 음식이었다. 맥도널드의 음식은 숙련된 요리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숙련 단순 노동자에 의해 조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조립을 통해 비교적 적은 돈과 짧은 시간에 노동자들이 그들의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넘칠만큼의 충분한 열량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맥도널드는 테일러주의/포디즘적 자본주의를 상징했다. 그러나 영화 『굿바이 레닌』에서처럼, 제3세계로 분류되는 국가들에서 맥도널드의 황금색 아치는 자유와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맥도널드가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체인을 갖고 있으며, 그 어떤 정부/조직/기관/기업보다 세계 곳곳으로 침투해들어가 그 곳 사람들의 입맛과 생활패턴을 바꾸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것이 강제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맥도널드가 받아들여지면서 변한 것은 입맛뿐만이 아니다. 맥도널드는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콜라가 아니라 신속함, 저렴함, 효율적이라는 자본주의적 삶의 양식을 판다. 맥도널드의 빅맥, 프렌차이즈, 아르바이트, 테이크아웃, 드라이브스루 등이 우리 삶에 미친 파급력은 엄청나다. 화학재료가 우리의 감각을 속이고 그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리가 사는 세계는 맥도널드의 획일적 입맛과 삶의 양식에 길들여져있다. 세계 어딘가에서 당신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에 괴로워할 때, 맥도널드, T.I.G.F, 스타벅스, 타코벨이 당신을 구원해 줄 것이다. 당신의 육체가 맥월드에 살고있기 때문이다.
맥킨토시의 세계 맥도널드의 황금아치가 육체적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것이었다면, 맥킨토시의 사과는 영혼의 자유와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맥킨토시는 과학자들의 전유물로 이용되었던 컴퓨터를 생활필수 가전제품으로 만들었다.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정보에 대한 접근과 공유를 무한하게 확장하였으며,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결합되면서 정보의 흐름과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자유로운 정보에의 접근은 곧 자유의 확장이며, 독점되어있던 권력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애플의 마크가 새겨진 기계 하나가 그것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고 막강한 권력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매킨토시 사용자들은 기계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인 구조나 구성에 대해 생각할 필요없이, 그것이 제공해주는 편리함을 최대한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쉽고 빠르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은 ‘맥킨토시를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것뿐이다. 이제 맥킨토시를 통해 세상을 보고, 배우고, 경험하고, 이해하면 된다. 맥킨토시는 세계와 합일되는듯한 동시성을 경험하게 해주며, 이는 당신의 영혼이 맥월드에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맥월드에서 살아간다는 것 맥월드가 일관되고 획일적인 삶의 양식과 문화이긴 하지만, 이들이 인간의 육체와 영혼에 자유를 가져다주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맥도널드는 노동자에게 저렴하고 빠른 식사를 제공함으로써 여가능력을 확보해주었고, 맥킨토시는 소비자에게 쉽고 빠른 기계를 제공함으로써 엄청난 정보와 지식의 권력을 부여해주었다. 맥도널드와 맥킨토시가 그 영역을 세계로 확장해 나가면서, 지구상의 더 많은 사람들이 맥월드 안에서 같은 생각, 사상, 취양, 문화를 공유하게 되었다.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이 다함께 “We are the World”를 ‘영어로’ 부르는 장면을 보면, 맥월드가 세상을 보다 자유롭고, 풍요롭고, 평화롭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내는 맥월드의 힘이 반대로 작동하고 있다. 맥도널드의 햄버거세트는 여가가 아니라 잔업과 야근을 보장하고, 맥킨토시의 아이폰은 수동적 컨텐츠 소비자를 양산해내고 있다. 인류의 상호의존성이 엄청나게 확장된 맥월드에서 상호이해나 상호협력은 찾아보기 힘들고, 획일적이고 저급한 문화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한때 독특한 전통문화를 가졌던 국가들이 획일화되고, 이윤만 추구하는 맥월드의 시장으로 변했으며, 그 속의 사람들은 (잠재적) 소비자 집단으로 간주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맥월드의 상호의존성과 문화적 획일성을 이용하여 맥월드를 거부하는, 역설적인 테러도 감행되고 있다. 맥월드가 자유와 풍요, 평화는 고사하고 종속과 가난, 갈등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맥월드가 구축한 획일적 문화와 유래없는 상호의존성의 방향을 재설정 할 필요가 있다. 바버의 말처럼, “인류의 상호의존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독립선언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 첫 단계는 우리가 맥월드에 살고 있으며, 우리가 이 문화의 주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단순한 수용자나 소비자가 아니라 이 상호의존적 문화의 주체로서 민주적이고 다원주의적인 세계를 지키려는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쉽게말해 당신이 살고 있는 맥월드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당신이 마이클 잭슨이나 스티브 잡스, 안젤리나 졸리나 워랜 버핏일 필요는 없다. 트위터나 유튜브의 게시물 하나가 맥월드에 일으킬 수 있는 파장이 얼마나 엄청난지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는 한 사람의 행동이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세상, 맥월드에 살고 있다.
더 읽고 볼거리
+ 책. ‘지하드 대 맥월드’ 벤자민 R. 바버. 역사의 종말, 소프트파워, 문명의 충돌과 같은 개념들로 잘 설명되지 않는 갈등의 본질과 해결책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명저.
+ 책. ‘철학으로 보는 문화’ 신응철. 새로운 철학의 분과인 문화철학의 관점에서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등을 설명한 개론 입문서.
